[책] 잔디와 발자국 (이종혁)
잔디와 발자국.나는 지금 카사블랑카에 있어. 가난한 주제에 시내 중심가에 있는 오성급 호텔에 묵고 있어. 평소의 나라면 절대 가지 않을 비싼 호텔이지만, 온종일 가난과 죽음을 생각하다 보니 비싼 자리에서 죽고 싶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뭐에 홀리듯 들어오고 말았지.저녁에는 호텔 방에서 맥주를 마셨어. 13층 높이의 창틀 위에서 춤을 췄지. 음악은 없었어. 그저 에어컨 바람으로 커튼 날리는 소리에 맞춰 춤을 췄어. 두 번 정도 떨어질 뻔했지만 그래도 아슬아슬하게 계속 춤을 췄지. 멈출 수가 없었어. 그저 몸과 마음이 시키는 대로 몸을 흔들었어. 나는 춤을 췄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몸만 흐느적거리고 있는 사람처럼 보였을거야. 이대로 떨어져도 상관없다고 생각한 거 같아. 그래서 멈추지 못했어. ..
2024.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