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흘러도 기억나는 선생님의 수업은

2024. 9. 12. 14:53수학, 그리고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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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에서 수업을 할때면, 집중해서 수업을 듣는 친구들도 있지만 멍때리거나 졸려하거나 딴짓을 하는 학생들도 있기 마련이다.

나 역시, 학교를 다녔을때 모든 수업을 집중해서 듣는 모범생은 아니었고.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20년정도가 되어가는 이 무렵. 내가 아이들에게 해주는 수 많은 이야기들과 가르침의 내용 중, 아이들은 무엇을 기억할 수 있을까? 그리고 기억할까? 하는 질문을 하곤 한다. 그럴때면 나의 지난 학창시절에서 수업시간을 회상해본다.

교과 선생님들의 이름은 당연히 기억나지 않고, 얼굴조차 가물가물하다. 그러니, 그런 선생님들이 수업시간에 어떤 지식을 설명했는지 당연히 기억날리가 없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그 선생님의 이름도 얼굴도 잘 기억나지 않는데도 기억나는 선생님의 이야기는 이런것이었다.

시골에 있던 A학교에서 내가 있던 B학교로 전입오신 수학 선생님의 수업시간이었다. 그 선생님은 수업 중간에 이런 이야기를 해주셨다. B학교에 와서 화장실에 갔는데, 세면대에서 따뜻한 물이 나와서 눈물이 났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유를 물었다. 선생님이 말씀해주시길 "지난 A학교에서는 학생들이 가난해서, 집에서 따뜻한 물이 나오지 않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었고, A학교 역시 열악한 환경이라 학교에서도 찬물만 나왔다고. 그런데 B학교는 도시에 있고, 아이들도 집에서 충분히 따뜻한 물이 나올것 같은 경제상황인것 같은데, 학교에서까지 따뜻한 물이 나오니, 이전 A학교에 있던 아이들이 떠올라 눈물이 났다"는 얘기였다. 이 얘기가 왜 지금도 기억에 남을까. 무언가 나의 마음을 툭 건드렸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항상 생각하고 다짐한다. 더 좋은 수준의 가르침을 위해 교재연구를 하는것도 분명 중요하지만, 이런 지식들은 이내 잊혀지기 마련이고, 내가 아니어도 관심이 있다면 충분히 공부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기에, 내가 수업에서 아이들에게 단 한 순간이라도 인생에 있어서 몇십년의 세월이 지나도, 나의 이름과 얼굴은 잊더라도, 내가 해주었던 어떤 한가지의 이야기가 어딘가에 새겨져 인생을 살아갈때 한번쯤은 떠올릴 수 있는, 인생에 조금은 도움이 되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면 좋겠다, 하고 말이다. 그래서 더 많이 책을 읽고, 하루 종일 좁은 교실에서 작은 책상과 의자에 갇혀 1교시부터 7교시까지 주구장창 교과수업만을 들어야 하는 아이들이, 단 5분, 10분 정도 만큼은 조금은 다른, 조금은 더 넓은 생각을 해 볼 수 있는 질문과 이야기를 건네고 싶다고, 그렇게 하리라 결심하면서 앞으로도 교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은게 나의 작다면 작은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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