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9. 13. 23:22ㆍ수학, 그리고 교육
얼마전, 경제수학 시간이었다. 무슨 이야기를 하다가
"대학에 가서 공부를 한 후, 취업이나 사업을 할 수도 있고~"라는 나의 말에
"대학에 못가면요?"라는 J의 말에
"대학을 안가고 바로 취업이나 사업을 하는 경우도 있지~"라고 말하니
"대학에 '안'가는게 아니라 '못'가는거라니깐요?"라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J에게 그리고 그때의 그 말을 듣고, 웃으며 공감하는 다른 학생들에게 이 이야기를 해주었다. 나의 친구 B의 이야기.
나의 친구중에 체육교육과 전공으로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친구가 있었어. 나는 그때 수학을 공부하고 있었고, 그 친구는 체육을 공부하고 있었지. 하필 내가 임용을 보던 기간에, 임용고사를 보기위한 조건으로 한국사 3급 자격증이 필수가 되었어. 그러니까, 수학교사가 되기위해서 수학과 교육학만 공부하다가 느닷없이 한국사를 공부해서 자격증을 따야 했던거야. 뭐, 어찌저찌 시간을 들여 자격증을 땋지! 그런데, 이 B라는 친구는 한국사 3급 시험에 떨어진거야. 그리고, 임용고사 접수하는 날까지 자격증을 따지 못했어. 그러니까, 임용고사를 볼 자격을 얻지 못해버린거야. 한국사 시험때문에.
나는 그 사실을 나중에 알고, 너무 안타까웠어. 한국사때문에 임고를 재수해야한다니! 그동한 공부한 것을 도전해보지도 못한채 자격박탈을 당한걸 말이야. 그래서 나는, 한국사공부방법을 알려주려고, 최태성쌤 강의도 추천해주고 어떻게 공부하면 좋은지 이야기해주려고 했지. 그랬더니 B가 그러는거야.
"나 그냥 임고 안볼래. 한국사 때문에 못본것 맞긴 한데, 그냥 짜증나서 안하고 싶어졌어."라고.
한국사 자격증 못따서 임고 한번 못봤다고, 아예 포기해버리는 게 너무 아까워서 나는 몇번을 설득했어. 하지만 B의 생각은 변하지 않았고, 컴퓨터교육과 전공도 함께 갖고있던 B는 프로그래밍공부가 재밌어서 그쪽으로 취업을 할 생각이라고 이야기해줬지.
나는 계속 임고에 도전해서 결국 교사가 되었고, B는 컴퓨터교육과 졸업 자격을 갖고 게임 회사에 입사했어. 그리고 몇번의 이직을 한것 같은데 꽤 알려진 넷마블이라는 기업에 다니게 되었을때는, 나도 깜짝 놀랐어. 그리고 B가 그러더라고.
"임고 공부할때는 사실 재미가 없었는데, 프로그래밍은 재미있어. 내가 뭐든지 만들수 있고 생각하는데로 결과물이 나오는게 흥분돼."
그래서 나는 생각했지. B에게 이 길이 꽤나 잘맞는다는걸. 그리고 그의 선택을 응원해주었어.
지금 B는 잘 다니고 있던 대기업에서 나와서 혼자 창업을 했어. 자기가 사장이야. 두명정도의 디자이너와 함께 협업하며 자신이 만든 게임이라고 한번씩 링크를 보내오고.
"너 회사 다닐때보다 더 잘벌어?" 나는 궁금해서 이렇게 물은적이 있어.
"비슷하게 벌어. 근데 회사 다닐때는 한달에 얼마씩 같은 금액을 받았다면, 지금은 잘될때 확벌고, 안풀릴땐 못벌고? 근데 그걸 연봉으로 따지면 비슷해지더라고."
"오, 신기하다! 비슷한 수입이면 뭐가 더 나은것 같아?"
"당연히 지금이지. 그리고, 나 한달, 아니 며칠동안 내 이전 직장 월급의 몇배를 순식간에 번적이 있거든? 그 숫자를 보니까 이제 다신 회사에 가서 직장인으로 못살것 같아."
그래서 B는 지금도 계속 자신만의 커리어를 스스로 쌓고 있어. 얘는 아마, 원하면 언제든지 취업할 수 도 있을거야 .하지 않겠지만. 그렇다면, B는 한국사 자격증 시험에 떨어져서, 임고를 못보게 된게 안타까운 일인걸까, 아니면 잘된 일인걸까?
J야, 그리고 얘들아. 너희들이 대학에 가고싶은데 '못'가게 될 수도 있어. 물론 '안'가게 될수도 있지만. 하지만 '못'가게 되었다면, 그 결과가 꼭 나쁜 결과가 될까? 그건 아니라는거야. 인생은 어떻게 흘러가게될지 몰라. 처음엔 잘못된 결과라고 믿었던 게 오히려 좋은 결과가 된일도 있고,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또 그게 엄청 좋은일이 아닌것들도 참 많거든.
그냥, 이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어. 지금은 너희의 목표가 '대학'뿐이겠지만, 꼭 그것만이 길은 아닐 수 있다는걸. 그 친구 B있잖아? 쌤보다 돈 훨 많이 번다? 그리고 더 많이 쉬고. 완전 부러워 ^^
아이들은 웃었고, J도 초롱초롱한 눈으로 내 말을 끝까지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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