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1. 1. 23:03ㆍ수학, 그리고 교육
일전에 강의력을 올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글을 썼었다. 자신의 영상을 찍고, 그 영상을 모니터링 하는 것을 하나의 방안으로 제시했었다. 왜냐하면 현재 내가 이 방법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교사가 자신의 강의력을 올리기만 하면, 수업이 제대로 진행되느냐?의 질문에는 '그렇다'라고 말할 수 없었다.
붕괴된 교실.
내가 일정연수를 받았을때, 같은 학교급 선생님들 몇명과 조를 이루어 수업에 관한 토론을 할때였다. 내가 했었던 수업방식 중 효과적이었던 수업과 평가(간단한 쪽지시험을 본후, 그 시험지를 가지고 모둠으로 또래 학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었는데, 한 선생님이 이런 말을 하셨다.
"그 학교 학생들은 공부를 좀 하려고 하는가봐요? 저희 학교 애들한테는 통하지 않을것 같네요."
나는 그 선생님의 회의적인 대답에 의아했다. 왜 해보지도 않고 저런 말을 할까? 학생들을 한번 믿어주면 안되나? 라는 생각을 속으로 했었다. 그러면서 '내가 학생들을 위하는 마음이 더 큰' 교사가 아닐까?하는 자만한 생각도 조금은 했던것 같다. 그렇게 순하고, 열심히 공부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학생들과 함께 하다가, 만기가 되어 지역과 학교를 모두 옮기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처음으로 중학생들과 마주하게 되었다.
생기부와 대입에 치우친 수업에 지친 나는, 조금은 더 자유롭고 학생들과 활동 위주의 수업을 할 수 있을 것같은 들뜬 마음으로 중학교에 출근하여 학생들과 수업을 시작하게 되는데...
나의 수업준비는 무색해졌다. 내가 아무리 좋은 자료와 재미있는 수업을 구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된 수업을 하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 과밀학급(한 학급에 34명)
- 학교 부적응 학생 위주의 분위기 형성(소위 일진들이 반항하며 수업분위기가 흐려짐)
- 성적이나 생기부에 관심없는 학생이 대다수(특목고 진학이 아니면 고등학교 진학에 사실상 생기부는 필요없음)
이러한 요인들을 기반으로, 교실에 들어가서 애들 앉히는데 5분. 핸드폰 갖고 있는 학생에게 주의를 주고 수거하는데 실랑이 10분~ 걷을때까지 시간 소요. 겨우 수업을 시작하려고 하면, 수업을 방해하거나 듣지 않거나 심지어 무단으로 교실을 이탈하는 학생 발생.
이런것들을 무시하지 않으면, 나머지 20여명의 학생들의 수업권은 침해되고 정상적인 수업이 이루어지지 않게 되는 것이었다. 뉴스에서만 보던 교실붕괴를 실제로 경험하고 난뒤, 나는 수업준비를 할 의지를 잃었다.
수업 준비? 왜 해야하지? 수업을 듣지도 않는데...
물론, 과반수 이상의 학생들은 수업을 듣고 성실한 학생도 많았기 때문에 교실에 들어가서는 열심히 수업을 하려고 했지만, 일부러 교사의 심기를 건드리는 언행을 하는 학생이나 대놓고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이 교실에 꼭 1명 이상은 있었기에 , 수업을 제대로 시작하기전 실랑이를 하거나 수업 도중에 하는 실랑이로 나의 모든 기가 빨리고 에너지가 소진되어버렸다.
그러면 공강은 괜찮은가? 또 그것도 아니었다. 엄연히 수업시간인데 복도를 배회하거나, 다른 교실에서 자신의 친구를 불러 그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들을 마주쳐야했고, 이를 지적하면 불응하는 학생과 실랑이가 생기기 마련이었다. 수업 중에도 , 수업이 아닌 시간에도 정신적으로 너무 힘든 나날이었다. 이게 나뿐만의 일이었냐? 그것은 아니었다. 모든 선생님들이 겪는 문제였고, 상대적으로 젊었던 나는 학생들이 그나마 좋아해주었지만 엄마와 비슷한 선생님들에게 학생들은 더 모질고 적대적으로 반항했다. 대놓고 씨X, X같네, 꺼져, 뭘봐 등등의 말을 어머니뻘, 그 이상의 선생님들에게도 아무렇지 않게 내뱉었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내가 당하는 것만큼의 데미지를 얻었고, 지쳐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강의력을 높인다?' , '나의 수업 영상을 찍고 수준을 높여보자?'라는 말에
선생님 정말 잘 모르시나본데... 저희 학교에서는 그게 안되거든요?
라는 대답을 나 스스로 하고 있었다. 그러니, 정말 학교와 학생이 어떤 곳이냐, 누구냐에 따라 수업 방법을 고민할 수도, 고민할 수 없을 수도 있는 것이다.
지난번 강의력에 관한 글을 올리긴 했지만, 과연 많은 학교에서 이런 고민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한켠에 있었다. 중학교만이 아니라, 일반 인문계고등학교에서도 조별 활동을 할때, 늘 종례 전에만 잠깐 등교해서 결석은 아닌데, 모든 수업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들이 꽤 있다는 형편이다. 그나마, 대입에서 수시전형을 생각하는 학생들에게 '생기부'로 협박아닌 협박(?)이 가능하기에 어느정도 수업을 이끌어갈 수 있긴 하지만.. 내신이나 수시 전형을 전혀 개의치 않아하는 수능파 학생들은 대놓고, 이어폰을 낀 채로 선생님이 칠판앞에서 수업을 하는데 아이패드로 인강을 시청하기도 한다. 그나마 다른 교과의 모의고사 문제를 푸는 학생은 양반이다. 이러한 상황에 처해있을때, 과연 강의력 향상의 동기가 일어날까? 힘들것이다. 나또한 그랬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하자. 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이미 너무 많이 지쳤을, 그리고 학교에 가기 싫을 어른들에게 이것마저 완벽하게 해야지!라고 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고 생각한다.
내가 지금 강의력을 높이고 싶고, 그러고자 하는 이유는 현재 내가 있는 학교의 학생들이 '학구열이 높으며, 수업 태도가 좋기때문'임을 안다. 그렇지 않은 학생들이 있는 학교라면, 나는 다른 능력을 키워야 한다. 인성 교육이나, 나에게 막대하는 학생들을 앞에두고 마인드컨트롤 하는 방법, 막무가내인 학생 및 학부모님과의 대화법등등...
각자 있는 상황에서 그에 맞는 역량과 능력을 키워야만 한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다. 그리고, 그곳이 너무나 힘든곳이라면...
제발 참지말고, 떠나기를 바란다. 참는게 능사는 아니더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내가 있는 곳, 그리고 나와 함께인 학생들의 성향이 모든 학교에서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지금보다 더 힘든 학교나 학생, 거기에 불편한 동료교사나 관리자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분명히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그러니, 다양한 학교를 짧게라도 옮길 수 있다면 옮겨가며 경험을 해보셨으면 좋겠다.
그래서 좋은 곳을 경험한다면 그곳에 오랫동안 있은뒤, 다음에 힘든 학교에서 좋은학교에서의 경험을 나누고 그러한 학교가 존재한다는 것과, 그러한 학교로 변할 수 있음을 전파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지금도 힘든 학교에서 고생하고 계신 많은 선 후배 동료 교사 분들. 힘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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