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성취평가제, 최소 성취수준 미도달 학생 지도에 대한 나의 사견

2024. 12. 20. 22:47수학, 그리고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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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성취평가제

내년 고등학교 1학년부터 전면적으로 성취평가제가 도입된다. 현재 고등학생들은, 최소 성취수준에 미도달한 학생이 있을시 그 학생을 대상으로 보충학습을 지원하도록 되어있다. 지금 학생들은 미도달 학생의 보충학습이 강하게 이루어지지 않지만, 전면적으로 성취평가제가 도입되는 내년도 고등학생부터는 미도달 여부에 따라서 보충학습을 제대로 이수하지 않을경우 학점이 이수되지 않고, 그로인해 졸업자격이 주어지지 않거나 대학에 합격하더라도 대학 합격 취소까지 할 수 있는 강력한 제제를 가할 거라는 얘기를 듣게 되었다.

나는 이 성취평가의 도입에 회의적인 입장이다. 이 이야기를 전해주신 선생님께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하셨지만. 

내가 회의적인 입장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고등학교 성취평가제의 수혜자는 누구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해보게 되었는데,

먼저 교사들은 성취평가제가 낯설다. 새롭게 도입되는 제도이고 사실 제도가 늘 변하기 마련이라 이번에도 또, 몇년 하다가 바뀌는거 아니야?라고 생각하는 교사도 많다. 게다가, 대부분의 인문계고등학교에서 미도달 학생들은 생각보다 많을것으로 예상되는데, 그 학생들을 따로 지도하고 관리해야하는것은 현재의 업무에서 추가되는 과중 업무라고 보여진다. 지금도 여전히 힘든데 여기다 하나 더해라, 라는 식. 지겹다.

그럼 미도달 학생이 수혜를 받을까? 내 생각엔 NO.일것 같다. 미도달학생들을 보면, 학업에 큰 뜻이 없는 학생이 99%이고, 열심히 하지만 미도달인 학생은 보지도 못했고 만약에 있다고 할지라도, 그렇다면 공부말고 다른 분야를 찾는것이 나는 더 낫다고 생각한다. 물고기는 수영을 해야지, 달리기를 하라고 하면 그게 맞는걸까? 김연아 선수도 수학은 20점 맞았다는데, 그럼 지금 김연아 선수가 고등학교를 다녀야 한다면, 성취평가제에서 미도달 학생이 되므로, 수학 보충 지도를 받아야 하는게 맞는것인가? 

보충지도를 원하는 학생이 '있을지도'모르겠다. 그런데 그런 학생이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모든 고등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성취수준을 정해놓고, 그 수준이 안되면 보충학습을 해야하며, 그것을 달성하지 못했을때는 졸업하지 못하게한다는것이 정말 올바른 방향인가? 만약에 보충지도를 원하는 학생들이 있다면, 그 원하는 니즈를 갖고 그 학생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만들 수는 없는것인가?

그럼 학부모들은 이 성취평가제를 환영할까? 글쎄. 학교마다 성취수준은 다를 것이고, 만일 시험문제가 어려운 학교에서 성취수준에 미도달 하게 된다면, 그에 해당하는 학부모들은 100%민원을 넣을것이고. 만약 성취수준 미도달때문에 보충지도를 받아야 하는 학생이 제대로 따라오지 않았는데, 졸업이 안된다거나 합격된 대학에 취소된다고 하면? 반발은 당연할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자신의 아이가 공부를 잘하면 굳이 필요없는 정책일것이고, 못한다면 불편한 정책이 될것이다. 중간인 학생들의 학부모라면 우리아이가 못하는 과목을 미도달했다는 것을 알게되어 더 도움이 되었다고 느낄까? 아닐것 같은데... 

 전체주의

모든 사람이 같은 교육을 받고, 일정 교육수준에 이르러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 가치관 자체가 너무 무서웠다. 함께 이야기한 선생님도, 너무나 훌륭하신분이고 소위 엘리트이신데, 이 성취평가제에 대한 생각이 너무 확고하셔서 조금 놀랐다. 나 역시 반대하는 입장이니까 확고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 제도가 정말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만한 근거가 있으면 충분히 나의 생각이 틀렸다는것을 인정할 마음이 있다. 근데 아직 그 근거를 내 안에서, 그리고 밖에서 찾지 못했을뿐이다. 

어쨌든 이 제도를 만들고 도입하고 실행하려는 일련의 사람들은 그 생각이 맞다고 생각하니까 밀어붙이고 있는 거겠지만, 급변하는 이 시대에, 모든 학생이 모든 과목을 적정수준으로 모두 해내야만 할까? 

수학을 잘하는 학생이, 체육을 못할수도 있고. 미술을 좋아하는 학생이 수학에 어려움을 겪을수도 있는데. 그리고, 그 못함을 어려움을 굳이 헤쳐나갈필요가 있냐하고 물으면, 자신의 의지나 생각에 의해서 했으면 하는 바람이지 그걸 강제로, 해야만 하니까 하게되는것이면, 그게 정말 효과가 있을까?

지금 교사들에게 주어진 필수 연수는 너무나 많다. 무조건 들어야하는 연수다. 하지만 그 필수연수를 정말 열심히, 효율적으로 듣고 있는 선생님들은 거의 없다. 그냥 연수 이수를 목적으로 연수를 켜놓고, 넘기고, 대충 시험보고 마무리할 뿐이다. 이렇게 말하면, 교육청에 있는 장학사들은 이러니까 대면연수를 시켜야해, 라고 말하겠지만. 분명하게 말해주고 싶은것은, 듣고 싶은 매력적인 연수가 있고, 꼭 필요해서 들어야겠다고 생각한 연수들은 시키지 않아도 찾아서, 유료라해도 기꺼이 돈을 지불하고서라도 듣는다는 것이다. 필수 연수의 '필수'는 누가 정하는거지? 본인들은 그게 교사들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필수'로 지정했겠지만, 그걸 들어야하는 교사들은 그것이 '필수'라고 생각지 않으며, 그 '필수'연수를 들을 시간적 여유도 없다는 것. 업무나 수업시수를 줄여줘서 연수를 편하게 들을 수 있는 환경을 먼저 조성해주고 들으라고 하던지, 아님 정말 듣고싶어 미칠것 같은 매력적인 연수를 기획하던지해야지, 필수 연수 듣지 않고, 연수 이수시간이 60시간 되지 않으면 성과급에 반영한다는것도 너무 웃긴다. 어차피 받을 돈인데, 그걸 가지고 이렇게 치사하게 굴일이냐고.

최소 성취수준 미도달 학생 지도

그래서 나의 생각은 아직도, 학생들은 꼭 모든 교과를 다 잘, 아니 적정수준 이상 해낼 필요도 이유도 없지 않나, 싶다.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몇가지, 아니 극단적으로 한가지만이라도 그 누구보다 독보적으로 잘해내면, 정말 훌륭한 일을 해낼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 생각이 비단 나뿐만의 생각일까? 예전이라면, 성취평가제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누구나 원하기만 하면 손끝에서 바로 무엇이든 배울 수 있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작금의 이 시대에, 성취평가제, 그리고 미도달 학생 지도가 나는 왜 교육이 퇴행하고 있는것처럼 느껴지는건지. 

위로 가면 올라갈수록 그 생각이 너무나 단단하고 확고해서, 그것만이 답이라고 생각하시는건지. 

아니면, 내가 그분들의 큰 뜻을, 그리고 모든 학생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는 것의 가치를 모르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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