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0. 17. 22:53ㆍ수학, 그리고 교육
선생님, 큰일났어요... 저 수학 진짜 포기해야 하는걸까요? 다시 처음부터 해야할것 같아요.
며칠 전, 10월 모의고사 시험이 있었다. 1학기때 배운 수학2가 벌써 가물가물 하단다.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할지 모르겠다고. 진짜 큰일났다면서!
이 말을 한 민석(가명)이는 수학 성적이 낮은 학생이었다. 그렇다고 머리가 나쁘다고 생각하면 오산. 왜냐하면 민석이는 경제과목에서 전교1등인 학생이기 때문이다. 민석이는 자기가 좋아하고 흥미있어하는 교과는 집요하게도 자세히 공부하면서 그렇지 않은 교과(그 중에 수학도 포함)는 성적이 좋지 않았다.
나는 물었다.
"선생님, 저 수학 포기해야할까요? 도저히 방법을 모르겠어요. 좀 쉬운 문제집좀 추천해주세요!"
"음.. 민석아... 벌써 나는 그 답을 알것같은데... 너 혹시 하루에 수학 공부 몇시간하니? 한시간은 하니?"
민석이는 멋쩍어 하며 대답을 머뭇거린다.
"너 한시간도 안하지?"
"네 ㅎㅎ;;;"
"진짜 수학 잘하는 애들이 머리만 좋은것 같아? 걔네는 하루 10시간 수학만 하기도 해. 그러니까 잘하는거야. 머리가 좋은것도 있겠지만. 민석이가 하루에 수학 5시간만 해도 지금보다 훨씬 잘할걸? 근데 너 수학 5시간 하기 싫잖아 그치?"
"맞아요... 알고는 있는데, 공부 시간을 늘리는게 쉽지가 않아요."
"너 네가 좋아하는 과목만 공부하지?"
"네..ㅎㅎ"
이때, 최근에 읽은책 '오리지널스(애덤그랜트)'의 내용이 떠올랐고, 그 얘기를 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네가 좋아하는 것만 깊이있게 공부하는것도 나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모든 분야를 다 잘하긴 힘드니까 말이야. 그런데, 최근에 읽은 책에서 이런 내용이 나오더라?
과학자중에 노벨상을 받은 과학자를 조사했더니, 20%이상이 과학이외에 미술이나 음악을 취미로 갖고있었다는거? 더 많은 관심사와 취미를 갖고 있는 과학자들이 노벨상을 받았다는게 이상하지 않아? 과학만 주구장창 열심히 해도 연구할 시간이 없을텐데 음악도 하고, 미술도 하고, 목공도 하고, 다른 분야에 시간을 쏟는 것이 노벨상을 받는것과 무슨 연관이 있었을까?
한 사례로 갈릴레오 갈릴레이 얘기가 나와. 갈릴레이는 망원경으로 달을 관측했는데, 그 시절 망원경은 지금처럼 정확도가 높지 않아서 정확한 관측을 할 수 없었대. 하지만 달에 몇 군데가 검정색으로 보인다는 것 정도만 관측 할수 있었대. 그런데, 갈릴레이는 미술을 좋아했고 그래서 명암법을 알고있었대. 달에 보이는 명암을 토대로 높낮이가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고 그래서 달에 산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는거야. 다른 과학자도 같은 것을 관측했지만 아무도 그 생각을 하지 못했어. 왜냐하면 명암의 의미를 알지 못했거든.
그러니까 민석아, 네가 흥미있는 분야인 경제에 대해서 깊이있게 공부하고 관련 전문 지식을 쌓는것도 참 멋지고 괜찮은 일이지만! 다른 분야들의 지식을 어느정도 파악하고 있는게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일으켜줄 수 있는 바탕이 될 수 있기도 해. 수학 공부 하기 싫겠지만, 하루에 1시간 정도라도 투자해서 미분, 적분 개념을 네가 알고 있다면 나중에 경제쪽 진로에서 미적분을 활용해서 어떤 경제적 현상을 해석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르잖아?
민석이는 나의 이야기를 경청해주었다. 그리고는 다시 한번 질문했다. 어떤 문제집을 풀면 좋겠냐고. 그래서 나의 대답은...!
- 교과서를 처음부터 볼것. 교과서에 있는 모든 문제를 풀어보고, 채점한다. 교과서에 있는 문제도 아마 모두 다 맞지 못할 것이다. 그러면, 다시 쉬운 문제부터 시작해서 차근차근 문제를 풀어나가고 개념도 이해해볼것! 교과서의 모든 문제를 이해하고 틀린 문제가 없다면? 그다음 단계로 넘어가도 좋음.
- ebs문제집을 풀것. 수능특강 보다는 올림포스처럼 조금 더 쉬운 단계의 ebs교재를 선택한다. 여기에서도 문제를 예제부터 시작해 유제, 레벨1,2,3의 단계의 문제들을 차근히 풀것. 틀린문제가 있다면, 그 문제를 확실히 이해할 때까지 반복해서 풀고, 더는 못푸는 문제가 없다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도 좋음.
- 이제는 수능특강을 도전해도 좋음. 하지만, 처음에는 레벨1 위주의 문제를 먼저 확실히 한뒤 레벨2, 그다음 레벨3까지 천천히 도전해볼것.
이정도였다. 물론, 이 조언은 민석이의 경우에 가장 좋을 조언이며 다른 학생들은 다른 방법이 더 효율적일 수 있기에 이 방법이 자신에게 어떨지 궁금한 친구들은 자신과 가까운 선생님꼐 조언을 구하면 더 좋을듯 싶다.
이렇게 또, 책을 읽으면서 학생들에게 해 줄 이야기 거리가 생기게 되었다. 그러니 나는 계속 책을 읽게 된다. 나를 위해서도, 그리고 나의 제자들을 위해서도!
'수학, 그리고 교육'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등학교 2학년) 경제수학_ 경제지표의 증감 (3) | 2024.10.22 |
---|---|
고등학교 2학년) 경제수학_ 경제지표 (4) | 2024.10.21 |
강의 잘 하는 기술, 수업 잘 하는 기술, 그 방법은 무엇일까? (7) | 2024.10.07 |
"수학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해요?"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feat.현직수학교사가 고민끝에 쓰는 글) (4) | 2024.09.21 |
흥미를 끌 수 있는 수업 도입 자료(feat. 수학수업, 그리고 다른 교과수업 모두 활용 가능) (4) | 2024.09.19 |